[직장 내 괴롭힘] 업무지시, 어디까지 권한이고 어디부터 괴롭힘일까?
안녕하세요. 외부고충센터입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배정하고 지시하는 것은 회사 또는 상급자로서의 권한입니다. 다만 직원 입장에서는 "내 업무가 아닌 일을 맡기는 것 아니냐", "나에게만 일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고, 이것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업무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판례를 살펴보고, 유사한 업무지시임에도 판단결과가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업무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 및 불법행위로 인정된 사례 (대전지방법원 2022. 6. 17. 선고 2021나125431 판결)
경리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은 신임 대표이사로부터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라는 지시, ▲경리업무와 무관한 총무업무 수행 및 매점의 1년치 일일판매 현황 보고 지시, ▲작성되는 모든 문서를 종이로 출력해 결재받으라는 지시, ▲법인인감·통장·현금카드 교부 및 컴퓨터·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제공, OTP 카드 제출 지시 등을 반복적으로 받았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결의취소소송 제기자를 확인하라는 지시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위법한 지시인 점, ▲정관상 직원의 인사·보직은 이사회 결의로 정해야 함에도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직원과의 사전 협의나 동의도 없이 경리 직원에게 총무업무까지 수행하라고 지시한 점, ▲원래 업무와 관련 없는 매점 현황 조사를 지시하였고 그 조사 범위도 지나치게 과다한 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과 결의취소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에 해를 끼칠 소지가 다분한 일련의 업무지시를 반복한 점 등을 종합하여,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직장 내 괴롭힘이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표이사 측은 직원들이 먼저 자신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업무지시가 정당화되거나 인과관계가 부정되지는 않으며 위자료 산정에서만 참작할 사정이라고 보았습니다.
2) 업무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 (대구지방법원 2022. 6. 15. 선고 2021나314644 판결)
학교 행정실 직원은 상급자인 행정실장의 여러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중 업무부여와 관련하여, 2021. 1. 11. 업무분장에서 ▲새 담당자가 담당해야 할 인건비 추가경정 예산안을 자신에게 하도록 강요하였고, ▲자신이 해오던 업무를 모두 새 담당자에게 넘기고 자신에게는 인쇄실 업무를 맡겼으며, 이후에도 새 담당자가 힘들어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021. 1. 11.자 업무분장은 원고와 다른 직원 2명 사이에 기존 업무를 상호 교환적으로 배정한 가운데 원고에게 인쇄실 업무가 추가된 것일 뿐인 점,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 새 업무담당자가 적응하기 전까지 기존 담당자에게 기존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업무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지시라고까지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판결은 모두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을 인용하여,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같은 기준에서 출발했습니다.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업무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본래 업무와 무관한 일을 정해진 절차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과하거나, 그 범위가 과도하고 반복적인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 또는 불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장에서는 업무를 배정하거나 변경할 때 업무 관련성, 절차의 적정성, 범위와 횟수의 상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특정 근로자에게만 과도하게 부담이 쏠리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상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